아트스페이스 호화는 5월 20일부터 7월 2일까지 박승모의 개인전 《모든 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Everything and Nothing)》을 개최한다. 철선(鐵線)을 괴고, 겹쳐 완성한 입체 형상을 통해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경계를 포착해온 박승모는 그간 실재와 환상을 분리하여 ‘헛보이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 ‘환(幻)’을 표현해왔다. 그 중, 철망을 어슷하게 겹쳐 인물 및 풍경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회화적 조각, Maya 시리즈는 작가의 예술관을 대표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업관의 대전제였던 현실과 비현실의 이분화를 지운 채 대립되는 두 개념을 합치시킨 작업, Window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Window 시리즈는 작가가 우연히 발견한 유리창에 비춰진 안과 밖이 합일된 세계를 다중의 철망으로 물질화한 작업이다. 본 작품의 소재인 창문은 건물 경계에 놓인 장소로서, 내부와 외부를 모두 반영하는 사물이다. 창문의 이러한 매개적 특성을 차용한 이 시리즈는 현실에서 교차할 수 없었던 형상들을 한 데 뒤섞어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익숙한 이미지를 생경하게 만든다. 결국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해체하여, 환(幻)이란 초월적인 영역이 아닌 현실 세계 내의 충돌에서 기인함을 피력한다. 겹겹의 철망으로 포착한 유리창 위 표리의 오버랩은 환에 대한 환상을 비틀며,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열도록 한다.
한편, 개별 Window 시리즈는 높다란 사각 철제 프레임에 연결되어 마치 공간 속의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것만 같은 낯선 미장센을 연출한다. 철망 조각을 에워싸고 있는 두터운 검은 테두리는 중앙에 초점을 맞춰 사물을 응시하는 우리의 시야를 방해하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프레임들은 경첩으로 연결됨에 따라 전시장을 거대한 병풍처럼 가로지르게 되는데, 이 때 관객은 작품의 커다란 부피와 조각이 갖는 환조성으로 인해 작품 내부로 직접 침범하게 된다. Window 시리즈는 프레임이라는 전통적이고 고정적인 장치가 결합되었음에도, 오히려 그 틀의 압도적 크기와 전위적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주체로 하여금 신체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며 세계와 나의 상호관계를 재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