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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Space

  • 전시기간 18.09.19 - 18.10.28
  • 전시장소 Hoban Artrium Artsalon Gallery
  • 전시작가 정다운, 허욱

Between Space

 

사람은 ‘사이’를 통해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도 숨어있듯이 우리는 누군가와의 사이, 즉 관계를 통하여 자신을 규정짓고 인생살이의 방향을 정한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사이’는 우리 자신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말했다. 그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그 사람의 친구가 누구인지 살피라고 말이다.

 
호반아트리움은 올 가을 기획전 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이에 위치한 지점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한국어로 ‘공간(空間)’은 무엇인가가 위치하는 곳이자 때때로 비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소(場所)라는 말이 물리적인 맥락에 한정된다면, 공간이라는 말에는 ‘관계’가 숨어있다. 따라서 비어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무수한 의미와 생각이 숨어있는, 매우 역동적인 곳이 바로 ‘공간’이다.
 

허욱, 첨첨(添添)201612, Acrylic on Canvas, 50×61cm, 2016
 
허욱, 첨첨(添添)201506, Acrylic on Canvas, 91×116cm, 2015

작가 허욱은 ‘첨첨(添添)’시리즈를 통해 여러 가지 재료와 표현방식을 덧대어가며 ‘사이’를 겹침의 미학으로 풀어냈다. 입체적으로 공존하는 여러 가지 모듈의 조합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무한한 관계를 읽어낸다. 오브제들을 반복하여 겹치면서 우리는 여러 종류의 시간과 공간이 함께 존재하며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포착할 수 있다. 허욱은 자신의 융복합적인 세계관을 캔버스에만 한정짓지 않고 조각이나 아트퍼니처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낸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여러 사물과 사람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며 공간이라는 ‘사이의 빈틈’에서 역동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숨결을 불어넣는다.

 
정다운, Fabric Drawing #35, 116.8x91cm, fabric. frame, 2016
 
정다운, Fabric Drawing#62, fabrics, acrylic on canvas, frame, 90x72.7cm, 2017

작가 정다운은 ‘패브릭 드로잉(fabric drawing)'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을 자신만의 장르로 정착시켰다. 그는 “작가의 역할은 화면 안의 선, 면,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전의 질감, 색깔, 패턴과 같은 여러 조형요소를 통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표현한다. 패브릭 작업은 회화작업 이상으로 고되고 복잡한 노동을 수반한다. 작가의 치밀한 계획과 상상력 못지않게 제작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회화 표현 재료의 확장을 통해 회화라는 공간(空間)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힌다. 일반적이지 않은 재료가 평면과 결합되며 다양한 맥락을 생산해내는 과정을 그 자체로 '사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열매들이 사실은 무수한 존재들 ‘사이’에서 소통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만들어진 점을 생각하면 한결 더 뿌듯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늘 그렇게 흘러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