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 선정작가전

  • 전시기간 17.04.05 - 17.04.18
  • 전시장소 G&J 광주·전남갤러리
  • 전시작가 박기훈, 이수형, 김선혁, 문창배, 배수민, 안정환, 윤석원

2017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 선정작가전

 
당재단에서 주최하는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이 올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국내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기획된 이번 공모전은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신선한 시선을 통해 국내 시각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확립하자는 취지하에 개최되었습니다. 금번 미술공모전은 온라인 포트폴리오 접수방법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1차와 2차에 걸친 포트폴리오 심사 결과를 종합하여 예술성이 돋보이는 7명의 작가를 선정하였고, 3차 심사로 작가와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처음 실시하는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총 193명의 작가들이 접수하였으며 그 중 김선혁, 문창배, 박기훈, 배수민, 안정환, 윤석원, 이수형 작가가 7명의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내일을 이끌 7명의 작가들은 젊은 시각으로 다양하고 신선한 창작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당 재단은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며, 다양한 사업을 통해 실험정신과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가들을 발굴하여 대중에 소개하는 문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모전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과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모든 작가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7년 4월


심사평
김미진 (심사위원장,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대한민국국적의 만 28세~만 45세 이하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올해는 첫 번째로 박기훈, 이수형, 문창배, 윤석원, 김선혁, 배수민, 안정환 총 7명의 회화작가들을 후보 작가로 선정하였고, 서울 G&J갤러리에서의 전시와 작가 인터뷰를 통해 대상에는 박기훈, 우수상으로 이수형을 결정하였다. 7명의 작가는 각각 시대정신 안에서 회화의 매체를 실험하며 예술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대되는 작가다. 그 중에서 작품의 주제와 형식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일치하며 실험성과 독창성이 뛰어나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가의 작품을 대상과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대상의 박기훈은 자연환경의 위기 속 동물들의 모습을 물질문명의 기호인 도시에 등장시키는 내용을 판화와 회화의 요소로 접목시켜 새로운 형식의 회화를 실험하고 있다. 회색으로 보이는 겹겹이 쌓아 두껍게 만든 물감의 표면을 조각도로 깎아내며 밝은 부분을 드러내고 붓질을 병행하는 것을 반복해 나가면서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낸다. 빙하위에서 살아야 하는 북극곰은 화려한 불빛과 기표로 가득 찬 간판들이 넘치는 타임스퀘어에 등장함으로 그들의 위기가 더욱 드러난다. 판화의 프로세스에 의한 촉각적 감각은 동물과 도시의 피부들을 표현하기에 맞아떨어지며 서로 다른 공간의 존재들의 공존을 더욱 상기시킨다. 녹아내려 얼마 남지 않은 작은 영토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며 관객을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북극곰의 눈빛은 현란한 도시풍경배경을 뛰어 넘어 화면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판화의 복제성, 찍은 후 남은 판 자체의 촉감적인 회화성은 그의 주제를 표현하는데 독창적이면서 적합한 형식이 되고 또 그것은 새로운 예술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내기에 대상으로 선정한다.

 우수상의 이수형은 일상적인 현실 안에서의 대치되는 상반된 이미지들을 회화의 화면에서 시점을 다르게 배치함으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독수리, 전투용 비행기, 기념비 등의 권력이나 욕망의 상징은 거울처럼 서로 병치되며, 자신들의 닮은꼴을 연속적으로 양산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형태들은 연필 드로잉과 색채의 붓질의 중층적인 표현으로 그려져 약간 흔들리게 보이며 고정되지 않은 의미를 만든다. 그것은 권력의 강렬함과 불안을 동시에 내포하며 흰색의 매끄러운 배경 혹은 일상의 평범한 풍경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그의 작업은 드로잉과 유화를 섞어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미지가 여러 겹 겹쳐 보여 렌티큘러같은 회화를 만들면서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화면의 병치나 대조로 나누는 방식은 자칫 설명적으로 쉽게 읽힐 수 있어 회화성을 보여주는데 방해가 되었다.

문창배는 제주도에서 거주하며 매일 관찰하는 풍경 안에서 돌을 소재로 채택하여 사진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극사실적 표현의 방식으로 그린다.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화면 하단의 해변의 돌들은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작가의 관념과 체화된 표현 안에서의 돌의 이미지임을 드러내며 결국 화면 윗부분에서 허상의 기념비적 개념으로 자리 잡아 화면 전체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전환된다. 그는 세필로서 비정형의 돌을 지독하게 섬세하게 파고 들어간다. 이런 그리는 과정의 시간성으로 인해 존재와 비존재의 세계 너머 이상적 이미지는 탄생된다. 그러나 모노크롬작업의 화면에서 현실과 허구 형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분법적 방식은 자칫 구태의연하게 보인다. 색채작업에서의 돌과 물 사이의 빛나는 표현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현실이 아닌 허구의 이상적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윤석원은 마른 식물을 소재로 꽃잎, 덩굴, 씨앗 등의 더미가 주는 형태를 화면에 조형적 요소로 해석하면서 생명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아낸다. 그는 붓질과 화면의 조형성으로 식물의 탄생과 죽음사이에서 중력, 기압, 기후, 미생물과 같은 자연현상과 사고 전쟁, 재난 등의 인간 욕망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식물의 씨앗에서는 원형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생명력으로 묘사하고 줄기들은 매끄럽고 퍼져나가며 서로가 침투되는 수평과 수직의 붓질로써 중층적 관계들을 만들어 내면서 삶과 죽음의 시공간을 그린다. 소재에서 만나게 되는 의미와 형식은 감각적으로 잘 포착하였으나 테크닉이 부분적으로 지나치게 현란하고 복잡하게 드러나고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하기도해 균등한 질적 화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김선혁은 SNS상에서 그의 아들과 그 또래의 아이들의 행복한 기록과 각종 사건, 재해, 죽음의 무겁고 어두운 뉴스들이 함께 올라오는 이 시대의 일상의 모습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회화는 무거운 뉴스들이 화면 배경에 꼴라주 되고 그 위에 시멘트가 거칠게 발라져 우울하고 고착된 현실 위에 천진한 아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직 아이와 표정과 배경의 텍스트의 긴장관계는 그다지 생성되지 않는다. 작가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2년마다 업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그려나갈 예정이다. 지금 현재의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대비되는 아이들 모습 안에서 다양한 심리적 상황의 소통을 기대한다.
 
배수민은 합성수지 우레탄 도장을 이용해 부조같은 입체적인 형태로 자신만의 회화를 만들어 낸다. 근대적 유물과 같은 자개장을 연상시키는 부조의 형태는 그리는 회화가 아니라 PVC Film cutting으로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전통적 소재를 새로운 재료와 형태로 실험하며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작가태도에 대해 격려를 보낸다. 하지만 작품자체로서의 조형미 부분에서 다양한 감각이 동반되지 않아 아쉽다.

안정환은 그가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 풍경들을 직관적으로 자연과 동화된 순수한 감흥으로 그린다. 그가 경험한 자연은 마티에르와 색채, 붓 터치로서 생생하게 표현되어 관객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소통된다. 율포 해수욕장 근처의 보성 녹차밭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화는 빛과 구름, 구릉의 녹차밭의 움직임을 다이내믹하면서 생생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작가의 감흥을 사실적 관점으로 표현하는 회화는 여전히 이전 회화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성을 유지하더라도 새로운 표현의 시도는 요구되며 그 점에서 오늘의 회화의 위치에 다다르지 못하는 부분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심사평
백기영(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서구로부터 미술제도가 유입되면서 미술등용문도 여러 가지 경로로 변화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전이나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같은 공모전들이 지난 수십 년간 미술계에서 신진미술인들을 발굴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도약의 발판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이들 공모전은 심사과정의 불투명한 운영과 변화하는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가지 못하고 세간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그 힘을 잃어 갔다. 여기에는 상의 권위와 상금에 의존하는 손쉬운 방식의 미술상 운영이 한 몫 했다. 전국적으로 600 여개가 넘는 공모전이 있다고 할 만큼 우수죽순 격으로 생겨난 미술 공모전은 경쟁을 통해서 미술계에서 성공해 보려는 신진작가들의 무덤과같은 역할을 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청년작가들을 효율적으로 발굴해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하게 됨으로서 수상자들에게 영예는커녕 오히려 불명예를 안겨주는 꼴이 된 것이다. 심지어 어떤 공모전들은 작품 참가비 까지 받아 운영하기도 했는데, 공모전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참가자들이 많아서 이들로부터 걷어 들인 참가비 적립금만도 수십억이 넘는 공모전도 있었다. 이런 공모전은 청년작가 발굴지원프로그램이 아니라, 로또와 같이 ‘돈 놓고 돈 먹기’ 도박과도 같다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공모전의 문제를 넘어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지역문화재단의 창작지원과 공간을 지원해 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면서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을 대체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미술계의 검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나서서 예술인들의 창작지원 사업을 검열해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청년작가들이 수도권 중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순환하고 있어 창작공간들의 차별화에 대한 문제도 늘 구설수에 오른다. 이 모든 예술가 지원정책이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각자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제도를 공들여 기획하고 순차적으로 업데이트 해가는 지속적 관리가 그 생명력을 좌우한다.

이제 새롭게 청년작가들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공모전을 개설한다고 하여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영광을 얻었다. 또 수상자를 지역작가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많은 청년작가들에게 기회를 준 것 또한 지역재단이 쉽게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참여 작가들의 성향을 살펴보니 지역재단의 공모전의 경향을 넘어서는 참신한 실험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공모전 운영을 위해 애써주신 관계자 분들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