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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훈: 숭고의 아이러니

  • 전시기간 26.08.26 - 26.11.22
  • 전시장소 호반아트리움
  • 전시작가 공성훈

공성훈: 숭고의 아이러니 (The Irony of the Sublime)
 
호반아트리움에서 개최되는 공성훈: 숭고의 아이러니는 한국 현대 회화사에 독보적인 지형을 구축한 공성훈 작가의 깊이 있는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1990년대 전위적인 개념미술과 키네틱 아트, 다양한 매체실험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2000년대를 전후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매체인 회화에 본격적으로 천착하며 동시대 회화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회화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테크놀로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을 다시 사유하려는 시도였으며, 동시대 한국 사회에 스며든 불안과 실존의 문제를 집요하게 응시한 치열한 예술적 탐구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천착했던 풍경을 축으로 작가의 사유를 공간적으로 전개합니다. 단순히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넘어, 인공과 자연, 시선과 프레임, 생성과 소멸의 서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작가가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개했던 회화적 탐구의 궤적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전시의 서막은 90년대 초기 매체 실험의 핵심적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키네틱 설치 <블라인드 작업>이 엽니다. 외부 세계를 차단하는 동시에 인공적인 빛을 투사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프레임은, 공성훈의 회화를 관통하는 '세상을 인식하는 프레임의 기원을 제공합니다. 20여명의 현대 작가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 <예술작품 자판기>는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물건이 나오는 자판기 매커니즘을 활용하여, 미술품 거래에 담긴 거창한 권위나 아우라(Aura)를 유희적으로 뒤집어 놓습니다. 작가는 예술을 소비하고 소장하는 행위를 담배를 구매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행위로 위트 있게 비틉니다.
 
이어지는 <> 연작은 태어날 때부터 식용이라는 철저한 목적성을 부여받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삶을 그저 살아낼 수밖에 없는개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늦은 밤 길에서 마주친 개의 눈빛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은 거대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본래의 가치보다 기능과 목적에 의해 소비되는 현대인의 서글픈 초상이었습니다. 그 개들은 또한 작가 자신의 감정과 시선이 투영된 존재로도 읽힙니다.
 
일상의 뒤틀림을 지나 전시장 후반부에 다다르면, 시선은 이내 화면 전체를 집어삼킬 듯 압도하는 대자연의 심연으로 확장됩니다. 캔버스를 격렬하게 채운 폭설과 시퍼런 파도,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의 도상들은 관람객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공성훈의 풍경은 19세기 낭만주의가 탐구했던 숭고의 자연관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장엄한 대자연의 드라마 속에 고작 담배를 피우거나 무심히 돌을 던지는 인간의 사소하고 무력한 행위를 병치함으로써,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 실존의 초라함이 자아내는 묘한 불협화음, 즉 공성훈식 숭고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공성훈의 캔버스는 대자연의 재현을 넘어, 프레임 너머로 목도했던 심란하고도 뜨거웠던 우리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전시장 전체를 흐르는 날것의 필치와 독창적인 시선을 따라, 그가 평생에 걸쳐 응시하고자 했던 현실의 이면과 마주하는 깊은 미적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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