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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Old : Still Life

  • 전시기간 24.07.26 - 24.08.24
  • 전시장소 Artspace Hohwa
  • 전시작가 노보, 닉 다이어, 박건우, 토담

아트스페이스 호화는 노보, 닉 다이어, 박건우, 토담이 참여하는 기획전 《The New Old: Still Life》를 개최하여, 정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처럼 새롭고도 오래된 것, 정물'이 주제다. 이번 전시는 관습적인 정물화의 개념을 차용하면서도 이를 탈피하여, 동시대 작가들의 관점으로 포착한 사물의 모습을 통해 단순한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서 현재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메타포를 그들만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새롭게 구현한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 대의 모습, 개인의 기억, 자아상이 유기적으로 녹아 든 작품들은 정물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새로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끈다

정물이란 움직임이 없는 사물을 소재로 꽃, 과일, 음식 등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려내는 하나의 회화 양식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화풍인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는 기존의 종교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꽃, 사치품 등 일상적 사물을 주목해 쾌락주의와 삶의 덧없음을 명제로 다루었다. 이처럼 본 전시에서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사물이자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 대량 생산, 소비 중심적 경향이 짙게 은닉된 정물의 상징적 의미와 고정관념들에서 깨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노보는 일상에서 마주한 다양한 사물들을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경험과 감정이 담긴 새로운 회화적 이미지로 치환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그만의 관점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오브제들과 함께 일상의 순간에서 포착한 익숙한 이미 지와 텍스트들을 자유롭게 해체하고 조합해 제3의 화면 속에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재구성한다. 특히, 상징적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 로고와 디자인 등 오브제가 내포한 소비, 소유와 같은 의미에서 탈피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관념과 감정적 변화, 기억을 통해 대상 자체에 특별함을 부여하여 대상 자체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닉 다이어는 유년 시절 겪은 섭식 장애라는 자전적인 경험을 음식'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통해 이에 관한 집착을 벗어나려는 시도와 함께 그만의 성찰적 사유를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고전적 정물화의 개념에서 영감을 얻 어, 다양한 음식과 동물을 매체로 이용하여 여러 형태와 색감을 생생하게 녹여낸 콜라주 기법으로 캔버스 속에 다채롭게 구현한다. 작가는 음식이란 이미지를 통해 이에 관한 부정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이를 통로 삼아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박건우는 자신을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오브제의 관계와 기억을 마스킹 테이프를 통해 재구성한다. 그의 작업은 정물화의 기본 성격인 재현에 충실하면서도 팝아트 요소를 가미해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작가는 음료수 병, 과자봉지, 포장 용기 등 고유한 목적을 가졌던 사물들의 버려진 모습을 채집하고 작가의 의식 속에 다시 재배치하여 새로운 목적성을 부여한다.

토담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마주했던 대량 생산된 캐릭터의 이미지와 꽃, 집 등의 일상적인 정물을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전하는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왜곡하는 방식을 통해 구현한다. 보편적인 상징성을 지닌 정물과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뒤틀고, 변형된 형태를 통한 낯선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작품 이면의 시대성과 현시대의 미술의 가치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정물화를 통해 시대와 일상을 읽어왔다. 재구성된 정물들은 작가 자신의 내면을 대변하면서도 그들만의 내밀한 조형 언어로 감정, 기억, 상상을 통해 새롭고 주관적인 의미를 담아 다중적인 메시지를 표상한다. 본 전시에서 네 작가들이 다중적 관점으로 평범한 정물을 화두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렸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