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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공명

  • 전시기간 24.02.02 - 24.03.17
  • 전시장소 Artspace Hohwa
  • 전시작가 최명영, 심문섭, 김춘수, 장승택

아트스페이스 호화는 2월 2일부터 3월17일까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궤적을 이끌어온 온 4인의 작가 최명영, 심문섭, 김춘수, 장승택과 함께 《시대공명》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각 작가의 작업 주제, 미학은 상이하나, 그들의 작품을 한 데 조망하여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경향인 단색조 회화부터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 추상미술의 정체성과 흐름을 되짚어보고, 시대를 관통하는 4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시간의 중첩, 행위의 반복과 겹겹이 쌓아 올린 층위를 통해 담아낸 깊은 공명을 선사하고자 한다.


단색조 회화란 한국 고유의 미적 정서와 정신성을 표상하여, 백색, 흑색, 무채색 등 특정한 색을 중심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양식이자 한국 현대 미술 집단적 현상이다. 이 경향은 하나의 독창적 장르이며 운동이었으나, 그 속에 다양한 양식이 존재한다. 예로, 최명영과 같이 그리는 자체의 표현성을 지우는 형식이나 행위의 결과물을 지지체와 일체화 시키는 심문섭과 같은 경향 등으로 분리된다. 이렇게 초기를 이끌었던 세대를 이어 이를 바탕으로 후기 작가들의 작업은 한국 추상미술의 새로운 변주를 모색하며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그 계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전시의 서두를 여는 최명영(1941-)은 단색조 회화를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중요한 미술단체인 오리진(Origin)과 아방가르드협회(AG)의 창립멤버로 활약하며 한국 화단의 흐름을 이끌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평면의 한계와 회화적 실존에 대해 탐구해왔다. 1970년대 이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평면조건(平面條件)’ 연작은 화면위에 확장과 환원의 개념과 예술적 통찰을 담아 유한과 무한의 공간을 내재화했다. 캔버스를 바탕으로 황색, 검정색, 흰색 등의 단색을 올리고 질료를 균등하면서도 평평하게 반복해 도포하여 브러시를 사용해 일련의 획처럼 보이기도 하며 수직과 수평의 선이 교차하는 수행적 행위의 축적으로 정신화의 공간을 구축한다. 


심문섭(1943-)은 한국 모더니즘의 조각의 선구자로 AG 운동을 함께 이끌었다. 197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조명 받으며 전통 조각 개념에 반하는 반(反)조각을 주창하며 전위적인 행보를 이어온 그는 조각, 설치, 사진,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아우르며 물성과 시간성에 관한 작업 주제에 천착했다. 특히, 조각 작업에서 흙, 돌, 철, 나무와 같은 자연에 뿌리를 둔 재료들을 사용해 작가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태도를 지향해왔다. 2000년대 이후 몰입중인 추상회화 연작 ‘제시(The Presentation)’에서도 일관된 태도로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을 근간으로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유성물감을 바탕으로 칠한 후 그 위에 수성 물감을 반복적으로 붓질하여 물성 간의 차이가 극대화된다. 무한히 생성과 소멸을 순환하는 바다의 모습을 집적해 조각적 사고와 회화적 표현의 융합으로 그의 독창적 조형 세계를 확장했다. 


이어서 1970년대 단색조 회화의 정신성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해석과 양식으로 계승하는 작가들을 만나본다. 김춘수는(1957-)는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자신의 회화 세계를 펼쳐나간다. 푸른 빛을 머금은 ‘울트라-마린(Ultra-marine)’ 연작으로 자연의 빛을 머금은 청색을 겹겹이 쌓아 화면에 가득 채워내 그 시간과 신체적 행위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붓이나 나이프 등 도구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물감을 직접 손가락에 묻혀 그리고 지워나가는 방식에서 형성된 그의 묘법은 신체적 행위를 통해 화면 속에서 자아와 세계, 그림을 하나로 모은다. 이러한 수행적 행위를 걸쳐 완성된 작품은 자기 초월적이면서도 자연의 파장과 리듬을 담아 몸의 언어로 피어난다. 


장승택(1959-)은 시간을 빛과 색채로 물질화시켜 겹의 회화로 초월성을 은유한다. 그는 전통적인 회화가 아닌 에어스프레이, 레진, 유리등 비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실험적인 색면 추상 회화작업을 전개해왔다. 1M가 넘는 거대한 평붓을 일자로 거침없이 내려긋고, 그 위에 여러 색을 무수히 쌓아낸다. 불투명한 색과 선이 여러 번 겹쳐 중심부의 깊고 어두운 색채의 단층을 만들어내고, 옆면에 모호한의 색과 선의 흔적들의 경계가 만나 캔버스를 넘어 새로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반복적인 움직임이 일궈낸 붓질의 궤적이 쌓여 색의 우연성과 시간성을 기록하고, 그의 내면세계에서 비롯된 감각과 정신의 실체를 색채로 객관화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작품에서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반복적 행위의 중첩과 시간의 축적, 실존과 그 작품 너머의 흐르는 찰나를 경험하게 한다. 화면 위에 지나온 오랜 수행적 과정은 단단한 층위로 존재하며, 그 안에서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시각적 서사를 구축한다. 본 전시를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관통한 유기적인 흐름을 발견하고, 동시대 추상미술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을 느껴보며 회화적 울림과 떨림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명영, Conditional Planes 1851, 2018, acrylic on canvas, 162.2×227.3cm
 
심문섭, The Presentation, Acrylic on canvas, 160 x 300 cm, 2019
 
김춘수,  ULTRA-MARINE 22196
 
장승택, Layered Painting 10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