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이 내일에게_삶의 현장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
- 전시기간 18.07.04 - 18.07.09
- 전시장소 갤러리 인사아트
- 전시작가 김유정, 이정기, 양나희, 임도훈, 장영애, 하태범, 황경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발전과 건전한 창작의 풍토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재단은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새로운 시선을 통해 국내 시각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확립하며, 나아가 국내 문화예술발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 위한 취지로 전국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미술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미술공모전에는 첫 해 보다 더욱 뜨거운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로 총 250명의 작가들이 온라인 접수를 완료했으며, 이들 중 외부 전문가에 의한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27명의 작가를 선정하였고, 최종 면접심사를 통해 참신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7명의 작가를 최종 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금번에는 회화 작품을 비롯해 사진 및 조소 작품 등 지난해에 비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시선과 독창적인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들이 경쟁하였습니다. 전이 중 대상 김유정, 우수상 이정기, 선정작가상 양나희, 임도훈, 장영애, 하태범, 황경현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한정된 선정인원으로 인해 금번에는 인연이 닿지 못했지만, 각자의 개성과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우리나라 시각 예술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재단은 공모전 선정 작가 시상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전문가 컨설팅 및 전시회 지원 등의 다양한 관련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청년작가들의 발굴과 지원 및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모든 작가분들과 처음부터 지금까지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8. 7
질료와 시대정신의 치열한 결합場
김미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2018년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은 제 2회로 전년에 비해 전국에서 많은 작가들이 지원을 해 왔으며 4명의 심사위원들과 함께하는 최종심의에서 출품작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총 7명의 작가들이 선정되었다. 아직 2회째이기에 <상>의 성격이 규정되고 있지 않아 서양화, 동양화, 조각, 사진이라는 미술의 전통 장르로 작업하는 하는 작가들의 지원이 많았다. 청년작가의 나이제한이 만 28세에서 만 45세까지로 이 안에는 신진에서부터 이미 화단에서 역량을 인정받으며 활동하는 작가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활동경력만으로도 대상에 속하는 작가들이 더러 있지만 심사 당일 출품작 프레젠테이션만으로 질의응답을 한 후 심사위원들의 합의 없이, 각각평가에 따른 점수를 봉합하여 재단에 전달하였고, 본부에서 공정하게 집계한 후 다음과 같은 결과를 최종적으로 도출하였다.
대상으로 김유정, 우수상으로 이정기, 선정작가상으로 하태범, 황경현, 장영애, 양나희, 임도훈을 선정하였다. 올해 선정된 작가들은 전통적 장르의 작업 안에서 다양한 질료를 치열하게 다루며 시의적절한 주제를 개성과 함께 녹여낸 작품을 하고 있는 자들로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대상의 김유정은 식물원을 주제로 회벽 표면을 긁어 스크래치를 낸 선들로 표현한 프레스코 기법의 회화작업을 보여준다. <온기-생존기제>는 캔버스 형태로 된 기본 벽체에 모르타르와 초지, 화지를 거쳐 그 위에 검은 색을 칠한 후 석회가 마르기전에 선을 긁어내면서 음각으로 형태를 표현하는 프레스코기법으로 크고 작은 식물과 원시적 형태의 동물 모형들로 꽉 짜인 식물원의 내부를 표현하고 있다. 식물원은 유리천장 아래 산책로 양 옆으로 크고 화려한 잎이나 가늘고 흘러내리는 잎을 가진 나무들을 배경으로 앞쪽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식물을, 그 사이에는 고목이나 박제 사슴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놓은 거대한 인공정원이다. 날카롭게 긁혀 나온 선들은 시간을 통해 반복적으로 행해져 부드러우면서 흔들리는 화면을 만들고 흑백의 색채와 함께 기억의 층들을 불러낸다. 이 작품은 인공적 환경 안에서 적응하며 사는 생명의 본능,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다층적 갈등을 연기처럼 뿜어내며 촉각적, 심리적으로 즉시 체화된다.
우수상의 이정기는 인물의 시선과 몸에 새겨진 주름에 중점을 둔 극사실기법으로 아버지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시대의 유물-기록되는 삶>은 거대 현대사의 질곡과 함께 살아온 우리시대의 민중인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며 동화된 작가의 경험이 겸손한 붓터치로 고스란히 표현된다. 슬픔을 담은 처진 눈매 속에는 대상을 명확하게 바라보며 시대를 증언하는 맑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일자로 굳은 입술은 가장으로 현실을 강하게 지켜온 고집을 읽을 수 있다. 크게 클로즈업된 얼굴아래 처져있지만 잔잔한 근육을 가진 상체는 육체노동의 고달픔을 짐작하게 하고 아래로 내려갈 수 록 흑백에 가깝게 처리되면서 실제 인물은 그리움과 기억이란 심리적 감정 상태로 전환된다. 아버지는 타자이면서도 나 자신과 동일시되는 내적관계로 온몸으로 시대를, 가정을 지켜왔던 성실한 모습이 작가에게 전이되어 가장 기본적인 소박함으로 시각적 힘을 드러낸 수작이다.
하태범은 전쟁이나 재해를 다룬 인터넷 뉴스의 사진을 수집하고 다시 그것을 모형으로 만들어 설치하여 재촬영한 사진작업을 주로 한다. 은 흰 여백의 배경 안에 작은 건물 하나만 파괴되어 그 잔해와 함께 연출된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이고 참혹한 뉴스를 진실과 거짓으로 판단 할 겨를도 없이 수시로 받고 있어 무심해 지거나 무뎌져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아전쟁을 다룬 장면답지 않게 고요하면서도 아름답다. 시대를 전체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순간이 부여된 듯하다. 여백이 많은 배경 안에 파괴된 건물은 정물화처럼 전쟁과 상처를 뛰어넘는 시간의 정적을 만들며 오만한 인간을 숙연하게 한다.
황경현은 종이위에 검은색의 콩테로 <역마 Stroller>라는 작품을 통해 지하철,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시민들의 밤 모습이 담긴 도시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역 주변의 주점이나 식당에서 모여 하루의 피로를 풀거나 가벼운 요깃거리를 하려고 줄을 서 있는 인물들의 피로와 열기로 넘치는 분위기가 질료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진다. 불 꺼진 사무실아래 상가의 흐린 불빛만이 샐러리맨들의 흰색 셔츠 등을 반사하며 하루의 고단함과 유쾌함이 이중적으로 잘 전달된다.
장영애의 <편하지만 그렇지 않은 (comfortable but not)>은 현실의 불안한 상황을 초현실적 풍경으로 그려낸 작업이다. 작가의 일상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내와 그 안을 침투한 나뭇가지들, 방 전체를 떠안고 있는 나무뿌리를 지층적으로 엮어 결합한 작품이다. 집안을 구성하는 오브제와 생물들은 연결되어 있어 외부의 위험에 언제 무너질지 아슬아슬한 상황이며, 자는지 외면하는지 모르는 소파에 엎드린 사람으로 인해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현재 누구나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위험 사회 안에서의 심리적 상황을 개인적 삶에 빗대어 스토리로 풀어낸 동양화의 새로운 시대적 모색을 시도한 작품이다.
양나희는 버려지는 골판지를 재활용해 달동네의 풍경을 그린 <해동네>를 통해 시대적 풍경화를 실험한다. 빽빽하게 들어선 산동네의 집들은 화면 윗부분에서는 아침, 중간부분에서는 새벽, 하단부분에서는 밤으로 묘사되고 있다. <해동네>는 한 겨울에 따뜻한 해를 제일 먼저 맞이하고, 새벽에는 불이 꺼져 있으며, 저녁에는 불빛으로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간미가 넘치는 동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상들을 골판지로 오려 붙여가며 화면의 표면을 만들고 유화로 그린 작품으로 눈이 쌓인 지붕, 거칠게 허물어진 담벼락, 좁은 계단의 섬세한 질감은 작가의 성실함과 함께 질료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임도훈은 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을 연결시켜 만든 고리들을 수없이 용접하여 머리를 하늘로 향하는 순록을 표현한 <불 밭에서 핀 꽃>을 통해 존재론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작은 구슬은 생명 단위의 상징이면서 작가에게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질료의 단위이기도 하다. 하늘을 향해있는 머리, 비어있는 눈, 다 만들어지지 않은 등을 가진 순록의 모습에서 얼음으로 뒤 덮인 혹은 풀밭으로 펼쳐진 광활한 대지와 쏟아지는 은하수가 있는 밤하늘이 연상된다. 순록은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놀았고, 다시 대지로, 우주로 돌아갔지만 이 또한 현재 환경상황으로 실제라기보다는 꿈이나 환상에 더 가깝다. 한 단위 한 단위 용접해 나가며 예술, 인간, 문명, 자연, 삶, 죽음에 대한 분자적 진리를 이해하려는 작가의 숙명이 잘 녹아들어간 아름다운 작품이다.






